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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L, J리그의 실패가 K리그에게 주는 교훈

by 차삐라 2013.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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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 AFC챔피언스리그(이하 ACL)도 이제 결승 2경기만 남겨두게 됐다. 서울과 광저우의 결승전은 동아시아팀간의 경기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과 중국의 자존심 대결이 되는 가운데 두 팀간의 대결을 부러워하는 곳이 바로 J리그다.

 올해도 역시 J리그는 ACL결승을 남의 집 잔치로 구경하는 꼴이 됐다. 2007년 우라와, 2008년 감바오사카가 우승하면서 한껏 고개를 치켜들었던 시절에서 이제는 하염없이 푹 숙이는 모습이다. 그나마 올해 카시와의 결승 진출을 바랬지만 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카시와가 광저우에 1-8로 패한면서, 일본 언론은 5년 연속 K리그 팀들이 돌아가면서 ACL 결승에 오르는 걸 보면서 배아파하는 모습을 억지로 숨기고 있는 듯하다. 그러면서 J리그가 ACL에서의 열세를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의견을 내놓고 있다. K리그가 ACL에서 결과적으로는 잘나가고 있고 있지만 J리그의 실패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 K리그와 J리그의 AFC챔피언스리그 16강 이상 진출 한 팀 수. 2009년 이후 ]

 

ACL 대회방식 변경.....2009년부터 대회방식이 바뀌었다. 참가팀이 32개로 늘어났고, 16강 단판 승부 경기가 생겼다. 이때부터 J리그가 16강전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J리그의 단판 승부에 약한 반면 K리그는 강한 모습을 보였다. 토너먼트제는 한국축구가 개선해야 할 점이라고 지적돼 점차 어린 선수 세대의 대회 방식이 리그제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K리그에 뛰는 한국선수들은 여전히 토너먼트제에 익숙해져있다. 이런 메모리가 남아있어 보이지 않는 승부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점차 리그제에 익숙한 선수들이 늘어나 K리그에서 활약하면서 녹아웃되는 경기에 약점을 보일 수 도 있다. 무조건적인 리그제만 지향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적 시장의 경쟁력 저하.....오일머니를 내세우는 중동세력이 J리그에서 좋은 선수를 데려가고, 이어 중국 경제의 급속한 신장으로 광저우처럼 자금력을 앞세워 수준높은 세계적인 선수를 데려오면서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또한 브라질 경제발전으로 기존 가격으로 좋은 선수를 데려올 수 없게 됐다. 거기에 해외로 이적하는 J리그 선수들이 많아졌다.
 이런 모습은 K리그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K리그는 실력있는 한국선수를 J리그에게도 뺏기고 있는데 여기에는 경제적인 부분과 더불어 제도적인 부분도 더하고 있다. 기존 드래프트제로 피해를 입었다면 이제는 연봉공개로 좋지않은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좋은 선수가 사라지면 리그 수준 하락과 국제 경쟁력 저하는 불보듯 뻔하다.

 

자국 경제의 불안.....세계적 불황속에 일본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모기업이 있는 J리그 팀들도 수입이 줄어들었다. 2008년 ACL우승 팀 우라와는 경영수입이 약 70억엔이었고, 감바오사카도 약44억엔이었다. 하지만 2012년 우라와는 약54억엔, 감바오사카는 약33억엔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K리그를 보면 대표적으로 포항의 예를 들수 있다. 철강사업의 불황으로 포스코를 모기업으로 하는 포항은 외국인 선수없이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비록 K리그에서는 1위를 하고 있지만, 리그와 ACL을 동시에 치르기에는 역부족했고 두꺼운 선수층과 한방을 가진 선수가 없어 조별 예선 탈락했다. 수입이 없으면 좋은 선수를 데려올수도 없고 지키기도 어렵다.

 

리그 평준화.....J리그 1부의 평준화도 하나라고 꼽고 있다. 지난해 감바오사카처럼 10년간 자랑할 만한 역사를 남겼지만 강등되고 말았다. 자칫하면 강등되는 상황에서 ACL에 올인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 그래서 ACL 우승 확률이 적은 것에 과감히 투자하는 팀이 적다.
 K리그도 본격적인 승강제가 시작됐다. 점점 상향 평준화되어가는 상황에서 서울처럼 리그 초반에 곤두박질하면 ACL을 동시에 생각하는 것이 힘들지도 모른다. 리그 평준화는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면서 보이지 않는 영향을 각 팀에게 끼치고 있다. ACL에서 경쟁하는 팀 입장에서는 두꺼운 스쿼드가 필요하다.

 

일정 과밀화.....J리그 1부리그는 2013년에는 306 경기가 있다. 여기에 리그컵 55경기 (ACL 팀은 8강전부터 참여해 최대 13경기)도 있고, FA컵도 기다리고 있다. 중간 중간 월드컵 예선으로 인한 휴식기도 있었다. 카시와가 4강전을 앞두고 일정변경을 요청했지만 거부된 것도 일정 과밀화가 원인이다. 9월 22일 리그-25일 ACL-28일 리그-10월 2일 ACL 일정은 4강전 대패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 경기가 많으면 비상시 대체할 날을 찾기가 어려운 반면 많은 경기를 치루면서 수입 측면에서 이익을 보게된다. 관중 수입, TV 중계권료등의 수입은 리그를 존재케하는 가장 중요한 생명선과 같기에 결코 놓칠수 없다.
 올해 K리그는 266경기를 치룬다. 스플릿 시스템으로 인해 9월 1일 풀리그를 끝내고 상하 스플릿으로 진행을 계속하고 있다. 9월1일까지 182경기 (팀당 26경기)를 치뤘는데 FC서울의 경우 ACL 9경기, FA컵 3경기도 했다. 이는 같은 시기의 J리그 카시와의 리그 23경기 (리그 168경기), ACL 9경기, 리그컵 2경기보다 많다. K리그 클래식의 리그 경기수가 늘어나고,컵대회가 다시 생기면 일정 조정에 어려움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힘든 일정은 제 실력을 보여주는데 장애물이 될 것이다.

 

남의 일이 아니다.

 우라와와 감바오사카가 ACL을 연속해서 우승했을때 그들은 이런 모습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최근 5년 동안 결승에 한번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 K리그가 5년 연속 결승에 오르고 있지만 결코 좋은 흐름은 아닌 듯 하다. 최근 2년동안 16강에 2팀, 이후 한팀만이 결승에 오르고 있다. J리그처럼 어느새 다른 리그에 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 프로축구연맹이 무작정 5년 연속 결승 진출이라는 결과에만 눈이 가 흐름을 읽지 못한다면 K리그의 비전을 펼쳐보지 못하고 헤맬 수 도 있다. 남의 실패를 자신의 교훈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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